내 발자취는 얕고, 흐렸다.

나는 나름 프로그래밍을 접한지 꽤 오래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 처음으로 Flash MX 라는 툴을 접하고 소스코드를 여기서 저기서 복사하면서 게임을 만들었었다. 단, 직접 코드를 작성한 적은 없었다. 흔히 주전자닷컴 등의 플래시 커뮤니티에서 올라오는 <점프 점프 강좌>, <캐릭터 공격 하는 방법> 의 제목으로 “F8을 눌러서 무비클립으로 만드시고, 인스턴스네임은 char 로 설정하세요. 소스코드는 이걸 복사해서 붙여넣으세요” 따위의 강좌 등을 보며, 그 코드의 의미는 모른채 직접 만든 게임이랍시고 업로드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게 즐거웠다. 이것을 프로그래밍이라고 보기에는 말도 안되나, “무언가 만드는 것은 재밌다” 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좋은 영향을 끼친것은 분명하였다. 초등학교4 학년에는 우연히 메이플스토리 핵을 (당당하게 말하기는 조금 많이 부끄러운 과거이다) 접하게 되고, 핵카페에서 Visual Basic 6.0 을 접하게되어 조금 프로그래밍 다운 프로그래밍을 했다. 어디까지나 MsgBox 출력에, 조건문, 반복문 사용한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즐거웠다. 중학교 때에는 C#.net 을 접하고 VB 6.0과 섞어쓰면서, Winhttp 을 활용하여 간단한 외주도 몇번하고 프로그램 베이라는 곳에서 프로그램도 팔면서 용돈을 조금 벌었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창업동아리 활동도 몇번 해보고 발표도 몇번해보면서 내 자신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성인이 된 나는 별거 없는 사람이 되었다. 특별한, 특출난 천재인것 마냥.. 내 가치를 부풀려왔고, 자만해왔다. 일주일에 공 몇번 차는 것을 10년동안 한들, 그것은 축구를 10년동안 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일주일에 배트 한두번 대충 휘두르는 것을 10년동안 해와도 큰 의미는 없다. 실력은 시간의 양보다는 동일한 시간내에 들이는 노력에서 기인한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21살인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가끔 코드를 깔짝대며 작성한것을 경력이 10년인것 마냥 이야기 한다. 명백한 거짓이다. 나는 MVC, 블럭체인, 프로토콜 … 남들이 보기에 조금 어려워보이고, 있어보일만한 단어들을 잘 조합해 마치 전문가인 것 마냥 허언을 내뱉는다. 부족한 내 자신을 들키기가 두려워 아주 세련된 포장지로 내 자신을 감췄다. 거기에 겸손한 어투까지 영악하게 섞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나는 실력자이며, 전문가이다. 죄책감을 느낀다.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프로그래밍을 해왔다고 말을 했지만, 그건 프로그래밍이라 할 수 없는 저급한 블럭맞추기 정도 수준이었다. 프로그래밍 한다는 꼬맹이는 다들 하나쯤 있다는 정보 올림피아드 상장 하나 나는 없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객체, 클래스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알려 하지 않았다. 효율적인 프로그래밍 방법과 체계적인 설계 방법을 알지도 않았고, 배우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나는 기본적인 고등학교 수학도 제대로 못한다. 대학 수학은 물론이요, 프로그래밍에 필요한 이산수학 등. 오히려 수학이 싫어 등지고 살았다. 프로그래머에게 가장 중요한 수학적 사고력은 애초에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문과 출신이라고 자위하며, ‘나 정도면 대단하지’ 라는 한심한 합리화나 했다. 나는 프로그래밍을 위해,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과연 내 진짜 실력을 알고도 내가 프로그래밍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나는 내 실력을 포장하고, 진짜 실력을 숨기는데에 급급하였다. 나보다 못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뽐을내고, 나보다 잘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마디 하지도 않았다. 제일 한심한것은 나보다 잘하는 사람 앞에서는 주눅이 들었으면서, 내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질까봐 질문을 아꼈다. 질문은 자존심 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렇기 때문에 팀 프로젝트는 내가 혼자 전부 개발하는 것만 선호했고, 내 개발 역량이 부족하여 중단된 것만 수번이다. 오픈소스는 당연히 부끄러워 시도조차 못해봤다. 나는 그저 남들이 만들어 놓은 라이브러리를 불러오고, 간단한 논리에 맞춰 단어들을 작성하는 하찮은 코더이다. 설계라는 것은 할줄 모르며, 추상화할 능력도 없다. 기본적인 알고리즘을 학습해본적도 없으며, 논리적인 사고가 어렵다. 누구나 배우면 쉽게 할 수 있는 웹이나 얕게 파면서 풀스택개발자 흉내를 내었다. 나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다. 나는 그저 저급한 코더이다.

내 발자취는 얕고,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