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rupted.

근래의 내 우울함에는 많은 원인이 있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한다. 뭐,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겠지만 아마 나는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심각한 피해의식, 자존감 결여와 이로 인한 우울 증상이다. 실제로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감히 스스로 진단했을때는 경미한 우울증 그 이상의 증세인 것 같다.

나는 친한 사람 사이에서는 꽤 외향적이지만, 본래의 성격으로는 굉장히 내향적인 편에 속한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기에 많은 감정적인 에너지를 쏟아야 하며, 한번 어색하다 생각한 사람하고의 관계를 풀어나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는 무리의 중심에서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거나, 그에 준하는 위치에 들어가기 힘들다. 소위 말해 ‘인싸’ 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성격이다. 그래도 초, 중, 고등학교 시절은 그럭저럭 같이 다니는 무리도 있었고, 나름 재밌게 생활 해왔다. 친해지지 못할 친구와는 지금도 어색한 사이지만. 뭐, 아무튼 별 문제없이 잘 다녔다.

문제는 대학교 입학에서부터 시작된다. 대학교 인간관계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입학하기 전부터 나의 인간관계 ‘걱정’ 은 시작됐다. 학창시절과 달리 붙어다닐 시간이 현저하게 적은 대학 생활은 나같은 성격의 사람이 인간관계를 형성하기엔 정말 어려운 환경이다. 성격을 개조하기로 마음먹었다. 입학 직후 막 만들어진 작은 봉사 동아리에 가입하였고, 사람들이 내게 다가오기 전에 내가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말을 걸었다. 꽤 에너지가 많이 들었지만, 규모가 작은 탓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고, 운영진도 겸하면서 생각보다 나는 동아리 중심에서 잘 지내왔다.

문제는 2학기부터 였다. 개인 사정상 동아리 활동에 자주 참여하지 않게 되자, 그동안에 생긴 새로운 동아리 원이라던가, 새로운 인연들과 친해지기는 커녕 서로 알지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났다. 점점 내 위치는 중심에서 변두리로 밀려났고, 나는 점점 겉돌게 되었다. 이 문제는 다음년도 1학기 까지 이어진다. 이 상황에서 신입 부원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그중에서 외향적인 사람들은 꽤 빨리 기존 사람들과 친해졌다. 나도 그 물살에 휩쓸려 학기 초반중에는 그럭저럭 친하게 지냈던것 같다. 이렇게 동아리 규모가 커지면서 당연히 정기적인 술자리 이외의 비공식 술자리가 늘어났다. 하지만, 통학 편도만 1시간 정도 걸리는 내가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나, 시간이 맞지않을 때에 술자리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 솔직히 다 핑계고 귀찮았다. 내가 왜 이렇게 먼거리를 사람과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쏟기위해 가야하는가?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고, 솔직히 혼자가 편했다. 혼자서 맛있는 것 먹으면서 컴퓨터 앞에서 코드를 치거나, 유투브를 보는 편이 훨씬 훨씬 편하고 좋았다. 자업자득이라면 자업자득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새롭거나, 불편한 인간관계에서 억지로 끼어있다는 느낌이 너무 자괴감이 들고 힘들다.

이런 생각에 점점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게 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솔직히 몸과 마음은 편했지만, 동아리 단톡방에서 친한 사람들끼리 웃고 떠들고, 모임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 쓸쓸했다. 소외감이 들었고, ‘조금 더 에너지를 인간관계에 쏟을 걸’ 이라는 후회도 한다. 작년에는 내가 술자리를 만들었었는데… 이러다 보니 점점 나는 동아리 밖으로 밀려났다.아니 스스로를 밀어냈다.

그리고 나는 내 사소한 실수와 그 부끄러움을 오래 기억하는 편이다. 1학년 시절 자잘한 말실수와 무리수 개드립에 분위기가 아주 가끔 싸해진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실수할 것이 무서워서 그냥 나는 입을 열지 않는게 맞다는 생각도 든다. 재미있게 말할 자신도없고, 분위기만 얼어 붙을 것 같아서 무섭다.

나는 생각 이상으로 나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거슬리지 않으려 행동한다. 몇번의 상처가 아물지않아 더욱더 행동을 조심하게 됐고, 결국 인간관계에서의 나는 너무나 위축 되어 있었다. 먼저 다가가기 너무 무섭다. 친하지 않은 사람과의 대화가 불편하고, 할 말이없다. 눈을 마주치는게 어렵다. 내가 혼자라는 생각에 밤새 고민을 붙들고, 밤을 설친적도 꽤 있다. 혼자가 되는 것이 너무 두렵다.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고, 관심 밖에 두는 것이 너무나 무섭다.

하지만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사람들은 의외로 내 생각보다 나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고 한다. 모든 것은 나의 피해의식으로부터 발생한 망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뿐, 나의 심리적인 위축은 이미 본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스트레스와 내 집돌이 성격이 무언가 나를 고립시킨다는 압박감과 초조함이 든다. 무언가를 해서 사회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들면서도, 몸은 움직이질 않는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매우 피곤한 것 같다. 특히 나 스스로를 위축할만한 공간에서는 더더욱 말이지.

어떻게 마무리 해야할지 모르겠다. 글재주가 없으니 내 감정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도 힘든 것 같다. 예전에는 가면이라도 쓰고 다녔지만, 요즘은 가면을 들어 쓸 힘도 없다. 지친다.